월세 시대가 당겨질까? by아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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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동산 시장흐름

월세 시대가 당겨질까? by아기곰

by 송장군.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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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시대가 당겨질까?  by아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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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시대가 당겨질까?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SGI서울보증에서는 내년부터 고가 전세에 대한 전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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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SGI서울보증에서는 내년부터 고가 전세에 대한 전세자금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전세자금 대출은 상당히 독특한 성격을 띈 대출 상품이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나 기관의 입장에서는 빌려준 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이 때문에 대출을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담보물을 제공해야 한다.  

 

주택 담보 대출이나 예금 담보 대출 등은 돈을 빌리는 차주(借主) 본인 소유의 주택이나 예금을 담보로 하는 대표적인 대출 상품이다. 그런데 전세자금 대출은 차주 본인이 아무런 담보물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대출을 내어 주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GI서울보증과 같은 보증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개인을 대신하여 보증을 해주는 것이다. 개인에게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보증기관에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니 은행의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없다고 하겠다.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크게 늘어난 시기는 이명박정부 때로 거슬러간다. 그러면 왜 그 당시에 전세자금 대출이 활성화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주택 시장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매매가 많이 오르고 전세가도 많이 오른다. 반대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면 매매가도 안정되고, 전세가도 안정되게 된다. 그러면 수요와 공급이 엇비슷하게 균형을 맞추면 어떻게 될까?

 

매매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집값이 많이 오르게 되면 불안해진 실수요자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내 집 마련을 서둘게 된다. 나중에 살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되기 때문인데, 문제는 이런 불안감이 진짜로 집값을 끌어올리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실수요들이 매매 시장으로 몰려가면 임대시장은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전세가는 상대적으로 적게 오르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또한 투자자들도 집값 상승을 점치면서 매수세에 가담하게 되면서 시장에 전세 매물을 쏟아내게 된다. 다주택자는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 한 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매수 주택은 모두 전세 또는 월세 형태로 임대 시장에 공급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집값이 오르면 전세 수요는 줄고, 전세 공급은 늘어나면서 전세 시장은 안정을 찾게 된다. 실제로 참여 정부 때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그런데 매매 시장이 안정화되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실수요자들은 무리하지 않는다. 매매가보다 훨씬 싼 전세가로 거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서 통계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63.6%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10억 원이라면 평균적으로 전세값은 6 3600만 원 정도라는 것이다. 그냥 그 집에서 거주하려면 6 3600만 원만 필요하지만, 그 집을 사려면 3 6400만 원이나 더 들어가는 것이다. 단순히 자금만 더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취득세나 보유세와 같은 세금도 더 들어가고, 집값 하락과 같은 리스크도 부담해야 한다. 그러므로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낮다고 실수요자들이 믿게 되면 그들은 매매 시장보다 전세 시장을 선택하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가가 오르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바 있다. 

 

이렇게 전세가가 오르자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당시 정부를 향하였고, 이를 해결하고자 전세자금 대출을 완화한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을 싸게 많이 제공하여, 전세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가 본인이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일을 막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전세자금 대출의 확대는 전세 시장에 주된 자금 공급원이 되면서 전세가를 더 올리는 원인이 되었다. 

 

이렇듯 전세자금 대출은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다. (개인에게는) 전세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실수요자를 구원(?)해주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지만, (시장 전체로는) 전세가를 올리는 주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 전세 시장 자체는 개인과 개인의 경쟁 구도이다. 한정된 전세 물건을 놓고 자금력이 풍부한 세입자 A가 그렇지 못한 세입자 B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잔인한 검투 경기인 것이다. 그런데 자금력은 약하지만 더 간절한 세입자 B의 손에 더 날카로운 무기를 쥐여 주는 것이 바로 전세자금 대출이다. 그렇다고 세입자 A는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그도 강력한 무기를 준비해와서 경기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승자는 한 명뿐인 경기에서 진짜 승자는 누구일까? 전세금 상승의 열매를 따먹는 집주인(임대인)일 수도 있지만, 경기를 하는 A, B 양쪽에 무기를 팔고 있는 금융기관이다. 

 

전세자금 대출은 결코 전세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전세가 상승을 완화시키려면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해야 한다. 경기에 무기를 공급하지 말고 맨손으로 싸우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맨손으로 싸우면 질 것이 뻔한 세입자 B는 전세자금을 빌려주지 않은 금융기관과 그것을 막는 정부를 비난할 것이라는 것에 있다. 이런 이유로 유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일수록 전세자금 대출을 막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이유로 모든 종류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세자금 대출 규제는 약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에서 좋은 의미로는 묘수, 나쁜 의미로는 꼼수를 찾았다.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대출 규제는 하지 않지만 민간 보증기관을 통하여 전세자금 대출을 막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른바 고가 전세에 대한 전세자금 보증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비난의 화살은 민간 보증기관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정책이 과연 시장에서 먹힐 수 있을까? 강남구에서 전세가가 가장 비싼 강남구 대치동을 예로 들어보자.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1 11월 초 기준으로 대치동 전세가 평균가는 14 6074만 원이다. 전세가 상승률 추이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15억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그런데 대출이 제한되는 고가 전세의 기준이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지만, 9억 원~15억 원 사이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가장 약한 기준인 15억 원 이상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고 하여도, 대치동 아파트의 절반 이상은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범위를 넓혀 강남구 전체를 보아도 전세자금 대출 제한 기준이 12억 원 이상으로 정해지면 강남구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러면 이러한 고가 전세에 대한 대출 제한이 전세가의 하향 안정에 도움이 될까?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우선 수요자 측면에서 살펴보자. 15억 원짜리 전세를 사는 사람이 과연 서민일까? 그 사람들이 집을 살 돈이 없어서 강남구 대치동에서 전세를 사는 것일 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물론 전세금의 대부분을 전세자금으로 대출받아서 전세로 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이도 대출 이자에 대해 부담이 없는 사람이라 하겠다. 15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전세로 깔고 앉아 있는 사람은 다른 지역에 집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집주인보다 자산이 많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 그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살지 왜 15억 원이나 되는 전세에 사는 것일까? 본인이 소유한 지역보다 학군이나 직주근접 등 거주 여건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방에서 사업을 하거나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 중에는 본인은 지방에 거주하면서 나머지 가족을 학업을 마칠 때까지 대치동에서 전세로 살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전세금이 오르거나 전세자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자녀의 학업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럴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대치동에 거주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대치동이 전세가 싸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하여 선택하는 주거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사람들은 전세자금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본인의 자금만큼만 보증금으로 하고 나머지는 월세로 돌리는 소위 ‘반전세’를 선택하거나 지방에 있는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처분하여 자금을 마련할 것이다. 한마디로 전세 수요가 줄고 월세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2022 7월 이후에는 2020년에 계약 갱신 청구권을 이미 쓴 매물들이 나오면서 전세가 상당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세자금 대출이 막히게 되면 기존 전세금이 월세 보증금으로 되고, 전세 상승분만큼 월세로 전환되는 반전세가 일반적인 계약 형태로 정착되는 것이다. 

 

집주인이라 할 수 있는 임대인의 입장에서도 ‘전세의 월세화’는 나쁜 상황이 아니다. 종부세 등 보유세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장부상 자산은 많아도 현금 흐름이 좋지 않는 고령층 자산가들의 입장에서는 전세 상승분이 월세로 바뀌어 보유세를 충당할 수 있다면 나쁜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전세의 월세화는 나쁜 그림이 아니다간주임대료로 계산되는 전세금보다는 월세가 임대소득세 과세에 유리하기 때문에 또 다른 세수가 확보되는 셈이다. 또한 임대 시장에서 전세가 줄어들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려는 갭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전세의 월세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소위 강남에 고가 전세를 사는 몇몇 사람에게만 해당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하는 고가 전세자금 대출제한이 나중에는 그 한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그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전세의 월세화 시대를 맞이하여 웃는 사람은 추가 세수 확보를 하는 정부가 될 것이고, 피해자는 전세금 대출 이자보다 높은 수준의 월세를 지출해야 하는 세입자들이 될 것이다.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월세 수입을 정부(세금)와 나누기는 하지만 현금 흐름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손해는 아니라 하겠다.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월세화 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는 세수가 늘어나는 정부라 하겠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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