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두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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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단상

[영화리뷰] 두 교황

by 송장군. 2020.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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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두 교황

 

 

 

두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과 베르고글리오(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양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실제 두 교황과 흡사하게 분한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를 보며 싱크로율에 놀라기도 했지만, 여전히 내 머리속에는 양들의 침묵 한니발 박사가 또렷히 남아있어 극 초반에는 너무나도 상반된 케릭터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신을 향한 마음은 같지만 방식은 달랐던 두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인적 삶의 방식을 비롯해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눈, 심지어 교리에 있어도 지극히 상반됬다. 따뜻하고 포근한 어느 봄날, 날선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서로의 다름을 다시금 확실히 알게 해 준 몇 차례의 대화들. 더불어 이해하게 된 그들이 걸어온 삶.

영화는 묻는다.

타협과 변화의 차이는 무엇인가?

독일에서 태어나 최고의 신학자로 칭송받으며 교리 공부에 깊은 지식을 쌓고, 라틴어를 즐겨 사용하며 기독교적 가치의 회복을 주장했던 베네딕토 16세. 이에 반해 최초의 신대륙 출신이자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가난한 대중 속에서 함께하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독교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프란치스코.

베네딕토 16세에게 프란치스코의 언행과 활동들은 현실과 타협한 것이었다.

프란치스코에게 있어 본인의 말과 행동들은 현실세계에 따른 적절한 변화였다.

그렇다면 베네딕토 16세 본인이 히틀러청소년단에 가입했던 것은, 혹은 성추문 사건 은폐에 대한 의혹들은 과연 타협이었을까 변화였을까?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아르헨티나 군사정권과의 협조 의혹은, 혹은 군사정권에 핍박받는 예수회 사제들과 함께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은 타협이었을까 변화였을까?

이 영화는 각자의 신념에 따라 치열하게 살아온 두 사람이, 현실에 타협했는지 혹은 변화에 발맞추었는지 재단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며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고 말한다. 그리곤 온화하고 따뜻한 미소로 바라본다. 마치 너희 모두는 각자의 '선의'에 의거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살아왔으니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절대자처럼 말이다.

핵심은 결국 개개인이 뼈를 깎는 고민과 성찰에 의거해 본인의 신념을 거듭 묻고 검증해나가며, 그 신념에 의거해 살아가는지 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대선, 절대악은 거리가 멀다. 우리는 그 중간 어느 지점에 각자의 신념을 새겨두고 살아간다. 끊임없이 내 신념이 맞는지 검증하고, 신념대로 살고 있는지를 물어가는 과정에서 가치있는 삶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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