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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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단상

부캐 전성시대

by 송장군. 202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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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 전성시대

 

 

 

 

 

바야흐로 부캐 전성시대다.

유재석, 이효리, 비가 모여 만든 싹쓰리로 음원차트를 휩쓸더니, 이제는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와 지미유가 함께 환불원정대를 만든다고 한다.

특히 요즘은 비단 연예계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직장인들까지도 부캐를 찾아 나서는 듯 싶다.

나름대로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며 대학생활을 보낸 덕에, 감사하게도 주변에 다양한 재주를 가진 친구들이 참 많다.

본캐인 직장생활에도 충실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 책을 쓰기도 하고,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더 나아가 크몽, 숨고 등의 플랫폼을 통해 본인 특기를 살려 영상제작을 비롯해 골프, 요가, 주식 강의를 하며 부수적인 수입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긱(gig) 이코노미'로의 발전이 비단 개인의 준전문가급 실력과 플랫폼의 만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예전에도 본업 이외에 전문적인 특기를 갖는 사람들은 많았고, 누군가를 가르치며 부수입을 올리자면 충분히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근래 들어 나타난 부캐의 유행이, 일종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말 예전부터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나 특기를 살려, 즐겁게 부캐를 통해 부수적인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대개 그럴싸한 취미나 특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있다 하더라도 종종 '즐기는' 정도이지 부캐라고 부를 만큼의 준전문성을 갖춘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부캐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모종의 위기감이, 자꾸 무언가를 배우고 갈고 닦으라고 다그치는 기제로 작동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여러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다. 헬스도 꾸준히 하고 있고, 킥복싱도 틈틈이 수련하고 있다. 겨울엔 스노우보드를 즐기며 주말 내내 스키장에 빠져 산다. 남미, 북미, 유럽 등 왠만한 나라는 다녀왔을 정도로 배낭여행에도 나름의 일가견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이 중 무엇도 부캐라 하기엔 민망한 실력이고, 박학다식을 뽐내기엔 밑천이 금새 드러난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직장인이라는 본캐만 가지고는 평생 먹고살 수 없다는 것을. 대개 4-50대에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을 부양하며,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평생 먹고살 무언가를 찾기 위해 당장 본캐를 그만두기에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그래서 나름의 부캐를 준비하며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대개 본캐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며 시작하는 부캐는 성공하기 어렵다. 부캐를 키우느라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고, 막상 부캐에 시간을 쏟다 보니 생각보다 성과가 변변찮은 경우가 많다.

얼마 전 경제 매거진에서 부캐를 통해 성공하여 본캐가 된 사례들을 보았다. 우수사례 특유의 고난과 극적인 해결과정이 묘사되어 있었지만 썩 와닿지는 않았다. 이 분들처럼 성공한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본캐에서 우수한 결과를 내야 하는 동시에, 부캐에서도 최소한 평균 정도의 능력은 키워내고 싶은 수 많은 범부들의 욕망이 뒤얽힌 안타까우면서도 웃지 못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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